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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by 오징어씹는평론가 2022. 6. 13.

 

호불호가 강한 영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마츠코의 일생은 꽤 많은 사람들이 인생영화라고 손꼽는 영화다. 누군가에게는 마츠코의 일생이 혐오스러울 수도 누군가에게는 매 순간 자신의 인생에 충실했던 한 여성의 이야기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고모의 죽음 그리고 고모의 삶

백수인 쇼는 어느 날 아버지에게 고모가 살해되었으니 고모가 살던 집에 가서 치우고 오라는 연락을 받는다. 쇼는 고모가 살아온 흔적을 통해 그녀의 삶을 되짚어보게 된다.

아픈 동생이 있던 마츠코는 마츠코 스스로가 느끼기에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어른이 됐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교사가 된 마츠코는 수학여행에서 제자인 류의 도둑질로 곤경에 처한다. 교장은 이 일을 덮는 조건으로 마츠코에게 가슴을 보여달라고 요청한다. 마츠코는 이에 수긍하지만 결국에는 학교에서 해고를 당하고, 그녀의 인생은 점점 더 추락하게 된다.

집에서 가출한 뒤 마츠코는 다양한 남자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에게 착취당하게 된다. 50년 동안의 짧은 생 동안 그녀는 매춘, 살인, 데이트 폭력, 비극이라 이름 붙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경험한다. 

 

 

우울하지만 밝은 연출

영화의 내용은 한없이 우울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영화의 분위기는 상당히 밝은 느낌이다. "이 영화에서 추구한 CG가 '객관적'인 세계의 재현이 아닌 주인공 마츠코의 감정에 따라 변화하는 '주관적'인 세계를 표현하는 것이었다" 감독의 인터뷰에 따르면 소설과는 달리 영화에서는 마츠코의 주관적인 시선을 다루고 있다고 한다. 즉 3자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우울하기만 할 뿐인 마츠코의 삶이 그녀의 시각으로 봤을 때는 분명히 밝고 즐거운 부분도 있는 것이다. 

 
 
불행했지만 불행하지만은 않았던 마츠코

불행한 삶을 살았지만 불행에 굴복하지 않았던 마츠코. 찰리 채플린은 인생이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 말했지만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을 보다 보면 인생은 멀리서 보면 비극이지만 가까이선보면 희극이라는 생각이 든다. 3자의 입장에서 서술한 소설이 한없이 우울하고 불행하기만 한 것에 비해 마츠코의 눈으로 서술한 영화는 경쾌하고 발랄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무엇이 그녀를 불행하게 했나.

마츠코는 멍이 들도록 맞아도 외로운 것보다 남자 친구에게 맞더라도 함께 있는 편이 좋다고 이야기한다. 그녀의 절절한 외로움을 마츠코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의 삶을 나락으로 인도한다. 이 영화는 마츠코의 어린 시절부터 그녀의 죽음까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나는 영화를 본 뒤에 그녀의 삶에서 무엇이 그녀의 불행의 씨앗이 되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충분하지 못했던 부모의 사랑이 외로움과 낮은 자존감을 가진 마츠코의 성격이 되었고, 그리고 그것이 그녀를 일생을 혐오스럽게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영화에서 마츠코는 만나는 남자들과 정상적인 연인 관계를 갖지 못하고 숱하게 배신당하면서도, 새로운 남자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는 유년 시절 형성된 낮은 자존감과 더불어 그녀의 자기 방어성이 매우 낮은 것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아버지의 관심을 얻으려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망가지는 버릇을 성인이 되어서까지 갖고 있었던 것에서 알 수 있듯, 조금만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면 마츠코는 금세 남자들에게 마음을 주었던 것이다. 결국 아무도 믿지 않겠다고 다짐한 마지막 순간까지도 남자 아이돌로부터의 팬레터 답장을 기대하며 애정을 갈구한다.

 

사랑을 받아본 적 없었던 류와 마츠코

마츠코와 류는 모두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는 인물로 묘사된다. 류는 사랑을 받아본적이 없어 사랑을 주지 못하고 마츠코의 사랑이 무서워 도망쳐버린다. 하지만 똑같이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마츠코는 류와는 달리 만나는 이들을 바보스러울 정도로 믿고 '신과 같은 사랑'을 베풀 줄 아는 여성이다. 즉 마츠코 야 말로 아스카가 말한 '인간의 가치는 누군가에게 주는 것에 있다.'라는 것을 스스로 실천한 장본인인 것이다.

 

 

감독과 여배우

영화의 감독인 나카시마 테츠야는 불량공주 모모코로 인기를 얻고 난 직후 이 영화를 촬영했다. 영화를 보면서 이상하게 불량공주 모모코가 떠올랐는데 감독을 찾아본 후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 영상미가 아주 뛰어난 일본 감독 중 한 명이다. 

마츠코는 입체적인 캐릭터다. 마츠코를 연기한 나카타니 미키는 마츠코를 연기하면서 감독과 상당히 많은 갈등이 있었다고 말했는데 그녀가 표현한 마츠코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어쨌거나 그녀가 표현한 마츠코가 많은 사람들이 마츠코에게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는 의미겠지. 

 

불편하지만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를 던져주는 영화

영화의 이야기는 불행하게 흘러간다. 아니 어쩌면 내가 이 영화의 결말을 알고 있는 채로 영화를 봐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모든 사건과 사고는 마츠코의 삶을 더욱더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장치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츠코는 누군가에게 상처받아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누가 과연 마츠코의 인생이 혐오스럽다 할 수 있을까. 어찌 보면 그녀는 누구보다도 숭고한 사랑을 했지만 그녀의 숭고한 사랑을 온전히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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